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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향 & 냄새

나의 제일 예민한 감각은 청각과 후각이다. 그래서 학생시절 룸메와의 충돌이 매우 잦았다. 지금도 가족이랑 사는것도 매우 불편하지만 그냥 참고 사는거다. 이마저도 군대를 다녀와서 어느정도 둔해진거다. 어쨋든 이번엔 후각에 대해 말해보겠다. 난 남들보다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는데 장점보단 단점이 크다. 다양한 향을 더 잘 맡을 수 있지만 그만큼 악취도 잘 맡는다. 길을 걸어갈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냄새들은 담배 냄새, 사람 쉰내, 땀과 바람이 섞였을 때의 냄새, 매연 냄새, 인도인 냄새, 독한 향수 냄새 등등 매우 많다. 인도인 냄새는 인종차별적인거지만 미국 유학 생활중 인도인들이 실외에서 앞 멀리에 있어도 그 사람들 동선에 인도인 특유의 악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인도 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가 있는데 이것을 자주 섭취했을때 체취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냄새가 나는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음식을 자주 안먹는 인도 유학생들은 이 냄새가 나지 않고 한국인도 마늘냄새가 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나도 마늘을 많이 먹으면 내 체취에서 마늘의 구린 매운 냄새가 뿜어져 나온다. 또한, 나는 남자 페로몬 냄새나 노인들의 죽은 피부 세포 냄새 또한 잘 맡는다. 죽은 피부 세포 냄새는 우리가 노인들이 많이 탄 지하철에 탑승했을 때 맡을 수 있는 그 냄새다. 그냥 노인들한테 나는 냄새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관련 리서치를 보고 죽은 피부세포 냄새라는걸 배웠다. 남자 폐로몬 냄새는 내가 내몸에서 제일 싫어하는 냄새다. 남자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 나는 홀애비 냄새의 주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음과 양의 조화가 중요한게 남녀가 같이 살면 이 냄새가 거의 없거나 훨씬 덜 하다. 그래서 학생때 자취할땐 내 방에 방향제는 필수였다. 현재는 이전에 여자친구 생기면 사주려 했던 여자 페로몬 향수 아프리모랑 라끄시안 향수로 이를 중화시키고 있다. 특히나 내 피부에 직접 뿌리면 내몸에서 남자 페로몬이 중화되어서 냄새가 안나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나는 공기의 냄새로 기온과 날씨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 원래는 계절의 냄새라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기온의 냄새가 더 정확하다. 가을의 냄새는 17-21도 정도, 여름은 24이상, 겨울은 영하에서 3도 정도, 봄은 3도에서 13도정도일 때 냄새가 구분된다. 또 여름엔 습도가 높아서 아침에 비가 안오더라도 유난히 풀과 흙내음이 짙으면 오후에 대부분 비가 왔다. 최근 클래씨TV와 조말론 여사와 인터뷰 영상을 보니 조말론 여사는 남편의 종양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했고 100마리의 마약탐지견과 대결에서 3등을 했다고 했다. 이는 뇌의 옆에 위치한 해마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크면 가능한 현상이라고 하는데 꽤 흥미로웠다.

 

나는 나만의 향수 맡는 법이 있다. 막 향수를 뿌리고 집을 나서면 손목에 뿌린 향수 냄새를 직접 깊은 들숨으로 마시고 숨을 참아보고 눈을 감아본다. 여기서 재밌는건 이 냄새와 관련된 모든 과거의 기억 단편들이 매번 '새롭게' 떠오른 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많은 기억 단편들은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해두는데 향수나 노래는 기억 저편에서 이러한 장면들을 끄집어 내주기 때문이다. 또, 내가 매번 새롭다고 표현한 이유는 같은 향수라도 내가 향수 맡는 방법 사용시 그날 날씨, 습도, 공기, 피부 ph농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서 매 들숨마다 새로운 향이 나고 다양한 과거 단편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다. 인간은 뇌의 기능 10%정도만 사용한다는데 이렇게 평소에 못하는 뇌속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경험을 해보니 이것도 잘 연구해보면 뇌의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무튼 좋은 향에 예민하기도하고 이런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기에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향수를 시향해보고 이건 사야겠다 싶은 향수들을 수집하다보니 종류로만은 40여종 이상은 모은것 같다. 보통 향수에 유통기한이 있고 기한이 지나면 향이 변질된다고 하던데 내가 가진 대부분의 향수들은 이미 몇년 지난 것이고 변향은 솔직히 잘 못느끼겠다. 다만 향수가 너무 많아져서 매일 다른 향수를 쓰려고 노력중이고 가격측면에선 비효율적이지만 무조건 작은 용량으로만 산다. 가장 최근에 향수는 작년 초에 조말론 공홈에서 산 한정판 프랑지파니 플라워 코롱인데 아직까진 이거다 싶은 향수를 못 찾아서 인것 같다.

 

이상 후각과 향수에 관한 내 생각 정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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